병 주고 약 준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를 해치거나 상처를 입힌 뒤에 위로하거나 도와준다는 뜻으로, 비열한 짓을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제약사도 병 주고 약 준다.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서 약을 먹게 한다는 뜻이다.
오늘도 제약사 영업 사원들은 의사를 찾아가 병을 보는 관점을 자기들이 팔 제품에 맞추는 판촉 활동을 펼친다. 제약사 이익에 관련된 거의 모든 질환은 매번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마다 정상인 범위가 줄어들고 환자 범위가 넓어진다.
제약사는 건강한 사람의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겁주기 마켓팅을 펼친다. 이를테면 콜레스테롤은 인간의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체내 성분이지만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동맥경화, 심장마비, 뇌졸증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그렇지만 건강한 사람이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높아야 심장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가이드라인 전문위원회는 다른 질환들처럼 점점 정상 범위를 좁히고 있다. 숫자를 줄일수록 건강한 사람이 비정상인이 되고, 수천만 명이 제약사 마케팅의 표적이 돼 의약품을 복용하는 소비자가 된다.
흡연자도 아닌 젊은 사람이 어느새 심장마비 발생 위험도가 높은 위험군으로 분류돼 약을 먹어야 한다.
심장질환은 생활 습관, 비만, 흡연, 고령화 등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일어나지만, 제약사는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등 몇몇 지표로 원인을 축소해 판촉한다. ‘질병의 범위는 넓히고 원인는 좁혀라’가 제약사 마켓팅의 캐치프레이즈다.
환자 범위를 넓혀 건강한 사람을 소비자로 발굴하고 원인을 좁혀서 특정한 약만이 질병을 해결할 듯 과장한다. 이런 판촉 활동은 공공 영역에서 풀어야 할 보건 서비스 문제를 의약품 처방으로 단순하게 풀어버리는 오류를 낳기도 한다.
이를테면 폐경한 여성들에게 생기는 골절은 골다공증 등 건강 문제일 수 있다. 특히 넘어져서 생기는 엉덩이 골절은 매우 고통스럽고 치료비도 많이 든다. 이런 문제는 생활 방식을 바꾸거나 안경을 쓰거나 미끄러운 실내 환경을 개선하고 체중을 조절해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골밀도 검사와 골밀도 저하를 늦추는 약을 처방하는데 비용을 많이 쓸 뿐 국가는 고령자 낙상 방지 교육이나 환경 개선에는 거의 예산을 쓰지 않는다.
포사맥스는 골밀도 감소를 늦춘다는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아무런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 써서 위약 비교 실험을 하지, 여성 위약군 100명중 2명, 곧 2퍼센트에서 엉덩이 골절이 생겼고, 포사맥스 복용자는 1퍼센트에서 발생했다.
제약사는 50% 감소 효과를 봤다고 홍보했지만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제약사의 이런 꼼수가 염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약만 먹으면 다 해결돤다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서 실제로 골절을 예방하는 방법에 소흘하게 된다는 점이다.